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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우주 지구

생명의 재료를 품은 소행성 베누(Bennu)

by 난티의 세상 탐방 2025. 6. 1.

하늘 저 멀리, 우리가 상상조차 못 할 거리에서 날아온 소행성 ‘베누(Bennu)’가 지금 과학자들의 손에 들려 있습니다. 그 속에서 무엇이 발견됐을까요? 놀랍게도 생명의 구성 요소, 우리가 지금 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질들이 바로 그 작은 우주 암석 안에 담겨 있었던 겁니다. 생명의 기원을 묻는 오랜 질문에, 우주는 이렇게 답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죠.


단 한 스푼의 우주 먼지가 알려준 것

2023년, NASA는 오시리스 렉스(OSIRIS-REx)라는 탐사선을 보내 지구에서 3억 km 떨어진 소행성 베누에서 시료를 채취해왔습니다. 고작 120g, 딱 한 스푼 분량의 검은 먼지였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발견된 건 상상 이상이었죠.

과학자들은 이 작은 티끌 속에서 생명의 기본 단위인 아미노산 14종, 그리고 **DNA를 구성하는 네 가지 염기(아데닌, 구아닌, 사이토신, 티민)**을 모두 찾아냈습니다. 게다가 탄소와 질소 화합물, 암모니아, 다양한 광물과 염류까지—생명에 필수적인 성분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습니다.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우주 광물학자 사라 러셀 교수는 말합니다.
“이 조그마한 시료에서 우리가 본 건 정말 놀라워요. 운석에선 한 번도 못 본 광물과 조합이 잔뜩 들어 있었죠. 하나하나가 새로운 우주의 비밀을 풀어주는 열쇠 같아요.”


소행성이 전한 생명의 씨앗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중요한 가능성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혹시 생명의 재료가 지구 밖에서 온 건 아닐까?

지금으로부터 수십억 년 전, 지구가 아직 젊고 불안정하던 시절. 수많은 소행성들이 지구로 날아와 부딪히고, 흩어지고,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그 충돌 속에서 이런 유기물들이 지구에 쌓였다면 어떨까요? 그게 물을 만들고, 생명의 씨앗이 되었을 가능성—과학자들은 그 이론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애슐리 킹 박사(자연사박물관)는 이렇게 설명하죠.
“초기 태양계는 지금보다 훨씬 혼란스러웠어요. 베누 같은 소행성 수백만 개가 이리저리 떠다녔죠. 이들이 지구를 수없이 때리면서 물과 유기물을 남겼을 수 있어요.”

지금 우리가 마시는 물, 우리가 이루고 있는 생명의 시작이 그 소행성들의 흔적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생명이 탄생할 조건은 지구에만 있었을까?

흥미로운 건, 이런 성분들이 지구에만 도달했을 리는 없다는 점입니다.
소행성은 지구뿐 아니라, 화성, 유로파(목성의 위성), 타이탄(토성의 위성) 등 다양한 천체에도 충돌했을 가능성이 크죠.

“지금까지 생명이 확인된 건 지구뿐이에요. 하지만 생명의 재료는 태양계 전역에 퍼졌습니다. 그럼 이제 중요한 질문이 남죠. 왜 하필 지구였을까요?”
— 킹 박사의 말입니다.

어쩌면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조합이 있었지만, 조건이 조금 모자랐던 걸지도 모릅니다. 물이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든지,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았다든지… 그래서 지금 과학계는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조건만 맞았다면, 생명은 어디서든 태어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먼지처럼 보이지만, 그 안엔 우주가 담겨 있다

소행성 베누에서 가져온 시료는 지금 전 세계 여러 연구소에 분배돼 분석이 진행 중입니다. 영국, 일본, 캐나다 등 각국의 전문가들이 각자 새로운 장비와 기술로 이 우주 먼지를 해석하고 있어요. 흥미롭게도, 일부 물질은 이전에 우리가 봤던 운석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됐고,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이 한 스푼의 먼지는 우리에게 태양계 초기의 환경, 물질의 순환, 생명의 시작에 대한 수많은 단서를 제공할 겁니다.

 

소행성 관련 사진


우리는 왜 하늘을 올려다보는가

이번 연구는 단순히 소행성 하나에서 흥미로운 성분이 나왔다는 뉴스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건 인간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나는 어디서 왔을까?’
‘생명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우주 속에 홀로 존재하는 걸까?’

어쩌면, 이 모든 답은 저 하늘 어딘가에서 흩날리는 먼지 속에 담겨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매일 걷고 있는 땅, 들이마시는 공기, 몸을 이루는 세포 속의 물질 하나하나가 아주 먼 옛날, 우주의 한 조각에서 시작됐다면—그걸 안 순간 우리는 자신을 조금 더 경이로운 존재로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