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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우주 지구

우주 쓰레기를 연료로 바꾸는 날이 올까?

by 난티의 세상 탐방 2025. 5. 31.

고체 금속 추진 기술이 여는 새로운 가능성

요즘 지구 궤도는 점점 붐비고 있습니다. 우주 개발이 본격화된 이래로 인류는 무려 2만 개가 넘는 인공위성을 지구 주위로 쏘아 올렸고, 앞으로도 수천 개의 위성이 추가될 예정이죠. 그런데 문제는 그중 1만 3천 개 이상이 여전히 궤도에 머물고 있으며, 그중 약 20%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일종의 ‘우주 쓰레기’라는 점입니다.

작동을 멈춘 위성들은 지난 수십 년간 서로 충돌하며 수백만 개의 파편을 만들어냈고, 이는 현재 운용 중인 위성이나 국제우주정거장(ISS)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어요. 그래서 세계 각국은 대형 우주 물체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필요할 때마다 궤도를 조정해 충돌을 피하려 애쓰고 있죠.

이처럼 점점 커져가는 우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영국 스타트업이 꽤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바로 고체 금속을 연료로 삼는 위성 추진 기술입니다. 놀랍게도, 이 기술은 언젠가 우주 쓰레기 자체를 연료로 활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네요.

 

우주 쓰레기 관련 사진


‘마그드라이브’가 제안하는 새로운 해답

2019년에 설립된 영국의 스타트업 ‘마그드라이브(Magdrive)’는 기존 위성 추진 시스템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공동 창립자인 마크 스토크스는 “효율성과 추진력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두 가지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고 말합니다.

이들이 개발 중인 시스템은 전기를 기반으로 작동하면서도, 기존 전기 추진 시스템보다 훨씬 강한 추진력을 낼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부피와 무게를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어 위성 설계에도 훨씬 유리하다고 하죠.


전기 추진 + 고추력 = 가능성의 확장

위성 추진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 화학 추진은 높은 추진력을 낼 수 있지만, 연료 효율이 매우 낮습니다.
  • 전기 추진은 연료를 오래 사용할 수 있지만, 추진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마그드라이브는 이 두 기술의 장점을 결합했습니다. 2025년 6월 발사를 앞두고 있는 첫 번째 제품 ‘워록(Warlock)’은 태양광 패널로 전기를 만들어, 이를 활용해 고체 금속을 이온화해 추진력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이들이 선택한 연료는 구리입니다. 구리는 저렴하고 널리 구할 수 있으며, 고체 상태로 다루기 쉬운 금속이죠. 기존 전기 추진 시스템은 종종 독성이 강한 하이드라진 같은 액체 연료를 사용했지만, 마그드라이브는 금속을 플라즈마 상태로 전환해 분사함으로써 추진력을 얻습니다.

고체 금속 연료는 저장이 간편하고 폭발 위험이 낮으며, 시간에 따라 품질이 저하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어요. 무엇보다 위성 제조사 입장에서는 복잡한 압력탱크 없이 추진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언젠가는 ‘우주 쓰레기’를 직접 연료로?

현재 이 시스템은 재급유가 불가능하지만, 마그드라이브는 미래에 우주에 떠도는 고철 위성들을 수거해 연료로 활용하는 비전을 그리고 있습니다. 스토크스는 “우주 경제의 순환 구조를 완성하기 위해, 이미 궤도에 존재하는 자원을 연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금까지는 모든 위성이 지구에서 연료를 싣고 출발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우주 공간 자체에서 필요한 연료를 조달하는 것이 가능해질지도 모릅니다. 마치 기차를 탈 때마다 새 기차를 만드는 대신, 연료만 주입하고 다시 운행하는 것과 같죠.


그럼에도 넘어야 할 벽들

물론 모든 기술이 그렇듯, 이 역시 쉬운 길만 있는 건 아닙니다. 김민관 교수(영국 사우샘프턴 대학교 우주항공학)는 마그드라이브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이 시스템이 가진 장점과 과제를 함께 분석했습니다.

1. 금속 플라즈마로 인한 표면 오염

금속이 플라즈마로 변환될 때, 일부 입자가 위성 표면에 달라붙을 수 있습니다. 이는 태양광 패널이나 광학 장비의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죠. 물론 마그드라이브 측은 “반응 후 금속은 무해한 형태로 흩어지기 때문에 위험이 거의 없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 환경에서의 안전성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2. 연료의 물리적 변화

금속 연료는 고온·고압을 반복적으로 오가며 결정 구조가 변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추진력에 미세한 변화가 생기고, 민감한 위치 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안정적으로 조절하려면 정밀한 제어 시스템이 필요하죠.


법적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우주 쓰레기를 연료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 부분에서 국제법과 기술적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고 지적합니다.

우선, 유엔의 ‘우주조약’에 따르면 우주에 발사된 물체는 소유권이 영구히 원래 국가나 기관에 남아 있습니다. 즉, 작동을 멈춘 위성이라도 함부로 수거하거나 분해해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죠. 일부 위성은 민감한 기술이나 데이터가 담겨 있기 때문에, 소유국이 재활용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큽니다.

또한, 궤도에 남아 있는 위성 대부분은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로 무작위 회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포획하고 안전하게 활용하는 기술 역시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게다가 위성은 대부분 다양한 재질로 구성되어 있어,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금속만 정확히 추출하는 것도 큰 과제입니다.

결국, 우주 쓰레기를 연료로 쓰는 아이디어는 지금으로서는 고정밀 추진보다는 단순한 궤도 이탈 같은 용도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도 이건 분명히 ‘첫걸음’입니다

마그드라이브는 2026년부터 본격적인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이 개발 중인 추진 장치는 무게 10kg에서 400kg 사이의 다양한 위성에 장착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관측·통신·수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우주 산업은 지금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 고체 금속 추진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언젠가는 우주에서 자원을 조달하고 활용하는 시대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될지도 모릅니다.

우주 쓰레기를 문제에서 자원으로 바꾸는 이 전환,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마그드라이브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