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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우주 지구

지구 핵에서 새어 나오는 금? 하와이 화산암의 이야기

by 난티의 세상 탐방 2025. 6. 2.

우리가 알고 있는 금의 대부분은 어디서 왔을까요? 대부분의 사람은 지표면 가까이에서 생성되었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과학자들은 지금까지의 통념을 뒤흔드는 흥미로운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지구 깊숙한 중심, 즉 ‘핵’에서 금과 같은 귀금속이 아주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새어 나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건데요. 특히 하와이 화산에서 채취한 암석 속에서 그 증거가 포착되면서, 지구 내부 구조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한층 깊어지고 있습니다.

 

화산암 속 금속 입자, 그 출처는 지구의 핵?

이 연구는 독일 괴팅겐 대학교의 지구화학자 닐스 메슬링 박사가 이끄는 팀이 수행했어요. 그들은 하와이 곳곳에서 수집한 현무암을 정밀 분석했는데요, 처음엔 특별할 것 없어 보이던 암석 속에서 지극히 희귀한 금속인 ‘루테늄’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루테늄은 일반적으로 맨틀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대부분 지구가 형성될 때 핵으로 모여들었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렇다면, 이 루테늄이 왜 하와이의 화산암에 남아 있었을까요? 연구진은 이 미세한 단서를 통해 지구 핵에서 소량의 금속이 맨틀을 거쳐 지각까지 올라왔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맨틀은 핵과 지각 사이에 위치한, 주로 고체로 구성된 층인데요. 기존에는 이 두 층이 밀도 차이로 인해 서로 섞이지 않는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이 연구는 그 고정관념에 강력한 질문을 던졌죠. “혹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지구 내부는 훨씬 더 역동적이지 않을까?”

 

화산 관련 이미지

맨틀 플룸을 타고 올라오는 지구 중심의 메시지

핵에서 새어 나온 금속들이 지표까지 어떻게 도달했을까요? 그 중심에는 '맨틀 플룸(mantle plum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지구 내부에서 뜨겁고 가벼운 용암이 기둥처럼 솟구치는 현상이죠. 하와이처럼 활화산 활동이 활발한 지역은 바로 이 맨틀 플룸 위에 위치해 있어요. 이 플룸을 통해 핵 근처에서 발생한 초고온 물질이 수천 킬로미터를 거쳐 지각까지 도달하게 되는 겁니다.

과학자들은 이 플룸 안에 포함된 물질의 정체를 분석하기 위해 암석을 가루로 만들어 백금족 원소들을 추출했는데요. 특히 루테늄 동위원소의 구성은, 그 물질이 단순한 맨틀 기원이 아니라 ‘핵에서 올라온 것’임을 나타내는 강력한 증거였습니다. 이와 함께 금과 화학적으로 유사한 루테늄이 발견된 만큼, 금 역시 아주 소량이지만 같은 경로를 타고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이쯤에서 문득 궁금해집니다. “혹시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금, 그 일부가 지구 핵에서 왔던 건 아닐까?”

금의 여정: 45억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이야기

지구가 형성되던 초기, 수많은 운석이 충돌하면서 고밀도의 금속들이 핵으로 가라앉았다고 해요. 그래서 오늘날 지각에 남아 있는 금은 전체의 0.05%도 안 되는 극소량입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는 핵에서 맨틀로, 그리고 다시 지각으로 이어지는 금속의 미세한 이동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물론, 그 양은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고, 지금 당장 경제적 가치가 있는 건 아닙니다. 게다가 우리가 실제로 그 핵 근처까지 도달해 채굴하는 건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죠. 참고로 지금까지 인류가 가장 깊게 뚫은 땅속은 러시아의 콜라 초심도 시추공인데, 깊이가 12.3km에 불과합니다. 반면, 핵-맨틀 경계는 약 2,900km 아래에 있죠.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수십억 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면, 얘기가 달라지죠. 지구의 구성 성분 자체가 서서히 바뀌어 왔고, 그 안에는 핵에서 올라온 금속들도 포함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거예요. 이 작은 흐름이 오랜 시간 누적되면 지구 전체의 화학적 구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죠. 그야말로 '바늘만큼 작지만, 행성의 구성을 바꾸는 힘'이 되는 셈입니다.

 

지구 관련 이미지

 

우리는 아직 지구를 다 알지 못했다는 증거

이번 연구는 지구라는 행성의 숨은 속살을 조금 더 들여다보게 해줍니다. 지각 아래, 우리가 쉽게 관측할 수 없는 깊은 층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결국 오늘날의 지표 환경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주죠.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학자들도 이 결과를 반기고 있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지구화학자 헬렌 윌리엄스 교수는 “하와이 같은 열점 화산이 실제로 지구 핵에서 유래한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는 증거가 나온 건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어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제시 라이밍크 교수 역시 “오래된 논쟁에 새로운 강력한 증거가 더해진 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땅 아래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한 번쯤 상상해보게 되지 않으세요? 때로는 먼 우주보다, 지구 자체가 훨씬 더 미스터리하고 경이로운 존재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