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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우주 지구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과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by 난티의 세상 탐방 2025. 5. 30.

인류의 존재를 다시 묻는 순간

과학의 역사는 단순한 지식 축적을 넘어 인류의 인식 전환을 이끌어온 순간들로 가득합니다. 지구의 모습을 우주에서 처음 촬영한 사진이 그러했고, 이제는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그 새로운 전환점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과학자들이 지구 밖 행성 K2-18b의 대기 중에서 지구의 해양 미생물이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체를 발견했다는 소식은 외계 생명체 존재에 대한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앞당겼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 천문학교수인 니쿠 마두수단(Nikku Madhusudhan)은 “이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없으며, 우리는 지금 그 질문에 대한 답에 근접하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발견은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을 넘어서 인류의 정체성과 우주 내 위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합니다. 우리가 정말로 ‘우주에서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면, 이는 인류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요?

 

 


외계 생명체 탐색의 여정과 현재

1. 외계 생명에 대한 상상의 역사

외계 생명에 대한 인류의 상상은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습니다. 20세기 초, 화성 표면에서 직선 모양의 지형이 관측되자 당시 천문학자들은 고도로 발달한 외계 문명이 존재할 수도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이는 곧 수많은 대중문화 속 ‘작은 초록 외계인’과 ‘비행접시’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냉전 시기에는 외계 생명이 위협적 존재로 묘사되며 공포심을 자극하는 데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과학은 상상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합니다. 생명의 징후는 가까운 화성이나 금성이 아닌, 수천조 킬로미터 떨어진 외계 행성 K2-18b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인간의 탐색 범위가 우리 태양계를 넘어 외계 행성계로까지 확장되었음을 의미합니다.

2. 외계 행성 탐색과 골디락스 존

1992년, 태양계 밖에서 처음으로 다른 별을 도는 행성이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약 6,000개 이상의 외계 행성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중 일부는 목성이나 토성과 같은 가스 행성이며, 또 다른 일부는 너무 뜨겁거나 차가워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없는 환경입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에 주목합니다. 이는 물이 액체로 존재할 수 있는 적정 거리의 궤도를 뜻하며,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조건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마두수단 교수는 “우리 은하 내에 이러한 행성이 수천 개는 존재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연구는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의 조건이 생각보다 다양할 수 있다는 사실도 시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구와 같은 행성뿐 아니라, 내부 열원에 의해 따뜻해진 얼음 위성, 심지어 대기층 내부에서 안정적인 환경이 형성된 가스형 행성에서도 생명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생명을 찾는 방식과 기준을 보다 유연하게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3. 대기 분석을 통한 생명 탐색 기술

외계 생명체 탐색에서 가장 놀라운 점 중 하나는 그 기술적 진보입니다. 과학자들은 먼 외계 행성의 대기를 통과하는 별빛을 포착하여, 그 속에 생명체만이 만들 수 있는 분자의 흔적, 즉 ‘생명 지문(biosignature)’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왔습니다.

2021년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우주 망원경으로, 이번 K2-18b의 기체를 감지한 장비이기도 합니다. 다만, JWST는 지구처럼 작은 행성을 탐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NASA는 2030년대에 **‘거주 가능 세계 관측소(Habitable Worlds Observatory)’**를 출범할 예정입니다.

또한 유럽 남방 천문대의 **초대형 망원경(ELT)**도 칠레 사막에 건설 중으로, 지름 39미터의 거대한 거울을 통해 외계 행성의 대기를 훨씬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4. 데이터는 늘어나고 질문도 깊어진다

마두수단 교수는 2년 이내에 K2-18b에서의 생명 지문을 확실히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의 흔적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비생물학적 과정으로 생성된 것인지 아닌지를 두고 과학계는 격렬한 논쟁을 벌일 것입니다.

에든버러 대학의 캐서린 헤이먼스 교수는 “다양한 행성에서 같은 생명 지문이 반복적으로 발견된다면 과학계의 합의가 생명 존재 쪽으로 기울게 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마치 인터넷이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처럼, 외계 생명 발견이라는 전환점도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순간에 이뤄질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또 다른 확실한 단서를 태양계 내부에서 찾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유럽우주국의 엑소마스 로버는 2028년 화성 지하를 탐사해 과거 또는 현재 생명의 흔적을 찾고자 하며, 중국의 톈원 -3은 샘플을 수집해 2031년에 지구로 가져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타이탄, 유로파 등 극한 환경의 얼음 위성에 대한 탐사도 계속 진행 중입니다.

 


우리는 우주의 일부일까?

그렇다면 단순한 미생물 이상의 복잡한 생명체도 존재할까요? 마두수단 교수는 “단세포 생명은 흔할 수 있으나, 복잡하고 지능 있는 생명체로 진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신중하게 말합니다.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은 현저히 낮지만, 그 가능성은 인류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로버트 매시 박사는 “인류는 과거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지만, 지금은 그 믿음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며, 외계 생명체의 발견은 인간의 ‘특별함’을 줄이는 또 다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하지만 도허티 교수는 “그 사실이 오히려 우리를 더 큰 존재의 일부로 느끼게 해 줄 것이며, 존재에 대한 위안이 될 것”이라 말합니다. 또한 “우주 어딘가에 다른 생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는 깊은 감정적 위로를 줄 수 있으며, 과학적으로도 인류 진화의 기원을 더 분명히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덧붙입니다.

오늘날,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정밀한 도구를 사용해 외계 생명체를 찾고 있습니다. 이 탐색은 단순한 발견의 문제를 넘어 우리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과정입니다. 만약 하늘을 올려다보며 단지 물리적 행성과 별이 아닌, 살아있는 우주를 보게 된다면, 이는 인류 정신의 가장 근본적인 진화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