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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우주 지구

신비로운 빛 오로라 너머의 과학 이야기

by 난티의 세상 탐방 2025. 6. 13.

오로라 관련 이미지

 

오로라는 많은 이들에게 '인생에서 꼭 한 번은 보고 싶은 자연 현상'으로 꼽힙니다. 겨울철 북유럽을 중심으로 수많은 여행객이 이 신비로운 빛을 보기 위해 찾아오고, 눈 덮인 숲과 밤하늘 아래서 감동적인 순간을 맞이하곤 하죠. 그러나 이 화려한 빛의 향연 뒤에는 아직까지 완전히 풀리지 않은 과학적 수수께끼가 숨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핀란드 라플란드의 이나리 지역, 영하 22도의 눈밭 한가운데서 저는 오로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주변은 마치 영화 「나니아 연대기」 속 장면처럼 고요하고 환상적이었습니다. 불빛 하나 없는 하늘엔 별들이 쏟아질 듯 떠 있었고, 오리온자리나 카시오페이아 같은 별자리도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별빛이 강렬했습니다. 이토록 어두운 하늘은 오로라 관측에 가장 적합한 조건이라고들 하죠. 저는 오로라를 찾는 소규모 여행자 그룹에 속해 있었고, 이 지역에는 같은 목적으로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수천 년을 매료시킨 하늘의 무대

오로라에 대한 인간의 매혹은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프랑스 동굴벽화에는 약 3만 년 전 오로라로 추정되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오로라를 '점프하는 염소'라고 묘사했습니다. 갈릴레오는 이를 '북쪽의 새벽'이라 부르며 ‘오로라 보레알리스(Aurora Borealis)’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중세 유럽인들은 오로라를 전쟁이나 기근의 징조로 보았고, 북미 원주민들은 하늘 위에서 신들이 춤을 추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이처럼 오로라는 오래도록 신비로운 존재였지만, 과학적으로는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20세기 초 노르웨이의 물리학자 크리스티안 비르켈란은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가 지구 자기장과 상호작용하면서 상층 대기의 기체를 자극하고, 이것이 빛을 낸다는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마치 네온사인이 켜지는 원리와 비슷하죠.

태양의 활동 주기가 오로라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습니다. 약 11년 주기로 태양 활동이 활발해졌다가 약해지는데, 이를 태양 극대기(solar maximum)와 태양 극소기(solar minimum)라 부릅니다. 극대기에는 태양 흑점이 많아지고, 플라스마(이온화된 뜨거운 기체)를 포함한 태양풍(solar wind)이 강해져 더 밝은 오로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러나 예외도 많아, 이번 주기는 상대적으로 약한 극대 기이며 기대만큼 강한 오로라가 자주 보이진 않았습니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에너지의 수수께끼

그렇다면 오로라를 만드는 에너지는 정확히 어디서 오는 걸까요? 많은 사람들이 태양에서 직접 오는 입자들이 오로라를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과학자들은 조금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태양에서 방출된 고에너지 입자들은 지구 자기장의 경계에 도달하면서 지구를 감싸고 있는 자기권(magnetosphere)과 상호작용합니다. 이 입자들은 자기장의 영향으로 극지방으로 이끌려 대기와 충돌하며 빛을 내게 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오로라가 얼마나 밝아지고, 어떤 색으로 나타나는지 등은 태양풍 외에도 여러 복잡한 요소들이 작용합니다. 즉, 기본 원리는 알지만 전체적인 에너지 흐름, 지구와의 상호작용, 행성 간 태양풍 영향 같은 다이내믹한 메커니즘은 여전히 연구 대상입니다.

이러한 과학적 미해결 요소는 실제 생활에도 영향을 줍니다. 위성을 이용한 GPS나 통신 기술은 강한 태양 활동에 의해 방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1989년 캐나다 퀘벡에서는 강한 자기 폭풍이 발생해 약 600만 명이 몇 시간 동안 정전 사태를 겪기도 했습니다. 오로라가 평소보다 남쪽 지역까지 확장될 경우, 송전탑, 파이프라인, 금속 기반의 모든 전기 시스템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우주비행사들도 위험에 노출됩니다. 1972년 아폴로 16호가 귀환한 직후, 아폴로 17호가 출발하기 전 태양 플레어가 발생했는데, 만약 우주비행사가 그 시점에 달에 있었다면 생명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향후 화성 탐사나 심우주 임무를 위해서는 태양 활동과 자기장의 상호작용을 더 정밀하게 이해해야만 합니다.


오로라, 우주를 향한 창(窓)

흥미로운 사실은 지구뿐 아니라 목성, 토성 같은 다른 행성에서도 오로라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목성의 오로라는 지구보다 100배나 밝고, 지구 전체보다 클 정도로 강력합니다. 이는 이들 행성이 액체 금속 핵을 가지고 있어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화성처럼 자기장을 잃은 행성은 오로라가 발생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인간 탐사 시 태양 방사선에 대한 방어가 어렵습니다.

목성의 위성 ‘이오(IO)’는 목성의 오로라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오에서 방출된 입자들이 목성 자기장과 상호작용해 오로라를 유도하는 것이죠. 이런 현상은 우리 태양계 바깥의 ‘초저온 왜성(ultra cool dwarf)’에서도 관측된 바 있으며, 최근 네덜란드의 저주파 전파망망원경(LOFAR)을 통해 그 증거가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이 연구는 우주 전파를 통해 외계 행성의 자기장, 회전 속도, 항성 상호작용 등을 추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이는 단순한 관측을 넘어, 외계 생명체가 존재 가능한 행성(거주가능성 행성)을 식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오로라 연구는 단지 지구의 신비한 자연 현상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인류의 우주 탐사에 필수적인 학문이 되고 있는 셈이죠.


언젠가는 ‘우주 오로라 투어’도?

이나리의 밤하늘 아래, 초록과 푸른빛의 오로라가 춤을 추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카메라 셔터를 쉴 새 없이 눌렀습니다. 이 강추위와 긴 밤, 결코 저렴하지 않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을 위해 수많은 이들이 먼 북극권까지 찾아옵니다. 하지만 저 하늘을 올려다보며 저는 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신비로운 빛은 단지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우주의 거대한 에너지 흐름과 연결된 중요한 단서라는 점을 말이죠.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단지 지구에서 오로라를 관측하는 것이 아니라, 화성이나 목성 궤도에서 ‘우주 오로라 투어’를 떠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된다면 오로라는 더 이상 추운 겨울 북유럽의 자연쇼가 아닌, 우주를 이해하고 인류의 미래를 준비하는 창이 될 것입니다. 오로라는 지금도, 앞으로도 우리에게 끝없는 영감과 질문을 던져주는 존재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