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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우주 지구

달은 누구의 것인가? 새로운 우주 경쟁 시대의 서막

by 난티의 세상 탐방 2025. 6. 12.

최근 우리는 다시 한번 ‘달 경쟁(Moon Rush)’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전 세계의 여러 나라와 민간 기업들이 앞다투어 달을 향해 손을 뻗고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탐사가 아니라 자원 확보와 우주 지배권을 둘러싼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죠. 그렇다면 우리는 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중국은 최근 네 번째 달 착륙에 성공했으며, 이번에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의 뒷면에서 표본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인도와 일본도 각각 달 표면에 우주선을 착륙시켰고, 미국의 민간 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Intuitive Machines)는 최초로 사기업으로서 달 착륙에 성공했습니다. 이 흐름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예정입니다.

미국 NASA는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젝트를 통해 2026년까지 인간을 다시 달에 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중국은 2030년까지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단기 방문을 넘어서, 이들은 이제 달에 영구적인 기지를 세우려는 야심을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강대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이 시대에, 이러한 우주 경쟁이 지구의 정치적 갈등을 달까지 확장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달을 둘러싼 법과 현실의 괴리

1967년 유엔은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을 통해 어떤 국가도 달을 소유할 수 없다고 규정했습니다. 이 조약에 따르면 달은 전 인류의 자산이며, 탐사 활동은 모든 국가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이상적인 이 조약은 협력과 평화를 지향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냉전 시기 미·소 간 군사 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정치적 산물이었습니다. 핵무기를 우주에 배치하지 않겠다는 것이 핵심이었죠.

하지만 오늘날의 달 탐사 경쟁은 당시와는 양상이 크게 다릅니다. 국가 주도의 탐사뿐 아니라 민간 기업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미국의 민간 우주선 페러그린(Peregrine)은 사람의 유골, DNA 샘플, 스포츠 음료 등을 달에 보낼 예정이었으나 연료 누수로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과연 이런 물품을 달에 보내는 것이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한 탐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습니다.

우주 법 전문가 미셸 핸런(Michelle Hanlon)은 “우리가 이제는 아무 이유 없이, 단지 할 수 있으니까 달에 무언가를 보내고 있다”며 “달을 남용하고 있다”라고 경고합니다. 물론 민간 기업도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만 우주로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이러한 탐사가 조약의 원칙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달의 자원, 그리고 물을 둘러싼 새로운 경쟁

달 탐사가 더욱 뜨거워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자원입니다. 달에는 희토류, 철, 티타늄 같은 금속은 물론, 초전도체와 의료장비에 사용되는 헬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자원들의 가치는 추정치에 따라 수십억 달러에서 수십 경 원에 달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를 채굴하고 지구로 운반하기 위한 기술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장기적인 투자 대상으로서 달은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1979년에는 ‘달 협약(Moon Agreement)’이 체결되어 달의 자원을 국가나 단체가 소유할 수 없다고 규정했지만, 이 조약에 서명한 국가는 겨우 17개국에 불과하며, 실제로 달에 탐사를 진행한 미국 등 주요국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미국은 2015년에 관련 법을 제정해 자국민과 기업이 우주 자원을 채굴·이용·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이 결정은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지만, 이후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 일본, 인도 등도 유사한 법을 도입했습니다.

달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원은 의외로 ‘물’입니다. 처음 아폴로 탐사 당시에는 달의 암석이 완전히 건조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암석 내 인산염 결정에 미량의 물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특히 달의 극지방 영구 그늘진 분화구에는 얼음 형태의 물이 다량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물은 단순히 음용수로 쓰일 뿐만 아니라, 산소와 수소로 분해해 호흡용 산소나 로켓 연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인류의 화성 진출이나 더 먼 우주 탐사를 위한 ‘연료 기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달 관련 사진

 

달의 미래를 정하는 건 누구인가

미국은 현재 아르테미스 협정(Artemis Accords)을 통해 새로운 우주 원칙을 수립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 협정은 자원 활용이 기존 우주조약과 일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새로운 규칙이 필요할 수 있다고 인정합니다. 현재까지 40개 이상의 국가가 이 비구속적 협정에 서명했지만, 중국은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규칙은 특정 국가가 주도할 것이 아니라, 유엔을 통해 국제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자원 접근을 둘러싼 갈등도 우려됩니다. 달은 넓지만, 물이 존재하는 극지방 인근은 탐사와 기지 건설에 가장 적합한 ‘핵심 부동산’입니다. 만약 여러 국가가 같은 지역을 차지하려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미 기지를 세운 국가가 다른 나라의 접근을 제한한다면, 비공식적인 점령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런던정치경제대학(LSE)의 질 스튜어트(Jill Stuart)는 남극 대륙을 예로 들며, 달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연구 기지들이 세워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먼저 도착해서 자리를 잡은 국가가 일정 구역을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관행이 자리 잡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소유권을 의미하진 않지만, 사실상 점유하게 되는 것이죠.”

현재로서는 미국이나 중국이 가장 먼저 달에 상주 기지를 세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어떤 규칙을 정하느냐에 따라, 그 기준이 전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흐름을 보면, 새로운 국제 우주조약이 만들어지기보다는 각국 간의 양해각서나 새로운 행동 규범을 통해 탐사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달에서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가

달은 밤하늘을 밝히는 우리의 오랜 동반자입니다. 그런 달이 이제는 자원과 영향력을 둘러싼 경쟁의 무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탐사의 속도는 법과 제도보다 빠르게 앞서가고 있고, 이제는 우리가 달에 대해 어떤 윤리적 기준과 철학을 적용할 것인지 고민할 시점입니다.

달이 또 하나의 분쟁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저 ‘먼지와 바위’의 행성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인류의 공동 자산으로 존중하고 함께 관리해 나가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는 셈이죠. 달을 향한 새로운 여정, 그것이 협력의 상징이 될지, 갈등의 시발점이 될지는 이제 우리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