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바람과 함께 별들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에 밤하늘을 올려다볼 이유가 생겼죠. 바로 매년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사분자리 유성우(Lyrids) 덕분입니다. 그저 그런 유성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알고 보면 꽤나 오래된 ‘역사 깊은 손님’이에요. 오늘은 이 반가운 하늘 소식을 놓치지 않도록, 관측 팁부터 유성우의 원리, 그리고 올해 기대할 만한 천문 현상까지 함께 정리해 볼게요.
올해 사분자리 유성우, 언제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사분자리 유성우는 4월 17일부터 26일까지 하늘을 수놓습니다. 특히 4월 21일 밤부터 22일 새벽까지가 절정이니, 이 시기를 꼭 기억해 두세요. 미국 유성학회에 따르면, 완전히 어두운 장소라면 시간당 18개까지도 볼 수 있지만, 아쉽게도 올해는 하늘에 하현달이 떠 있어서 밝은 달빛이 관측을 방해할 수 있어요. 실제로는 시간당 5개 정도가 보일 걸로 예상됩니다.
관측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 반까지. 북반구에 사는 분들이라면 지역 날씨만 허락한다면 집 근처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어요. 단, 주변 불빛이 적은 곳이 좋습니다. 핸드폰 화면도 눈의 야간 시력을 망치니 최대한 멀리해 두시고요. 어두운 곳에서 눈이 적응하는 데 30분 정도 걸리니, 여유 있게 기다리며 하늘을 바라보세요.
“사분자리 유성우는 대부분 불꽃처럼 번쩍이는 유성이 아니라, 희미한 줄 같은 빛이에요. 그래서 달빛이 밝으면 그걸 놓치기 쉽죠.”
— 빌 쿡(Bill Cooke), NASA 유성체 환경 사무소장
누워서 하늘을 넓게 볼 수 있도록 돗자리나 캠핑의자도 챙겨보세요. 유성의 복사점인 거문고자리가 하늘 위로 올라오는 시점부터 점점 더 많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유성우는 어떻게 생기고, 왜 그렇게 밝게 빛날까?
우리가 밤하늘에서 보는 유성우는 사실 혜성이 흘리고 간 먼지가 지구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생기는 현상이에요. 이번 사분자리 유성우의 주인공은 무려 1861년에 발견된 C/1861 G1 태처 혜성입니다. 415년에 한 번 태양을 도는 이 혜성은 아주 느리지만 꾸준히 자신의 흔적을 남기죠.
혜성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미세한 얼음과 먼지 조각들이 지구에 가까워지면, 중력에 끌려 대기권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이때 어마어마한 속도로 공기와 마찰을 일으켜 열이 발생하면서 빛을 내는 건데요, 그 모습이 바로 유성이에요.
“사실 대부분의 유성은 모래알보다 조금 클까 말까 한 크기예요. 그런데도 그렇게 밝게 빛나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 천문학자 딘 리거스(Dean Regas)
사분자리 유성우는 기원전 700년경부터 기록이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유성우 중 하나예요. 대부분은 매년 비슷한 개수의 유성을 보여주지만, 아주 가끔은 시간당 100개 이상의 폭발적인 활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폭발 현상’**은 약 60년에 한 번 정도 일어나며, 다음은 2042년쯤 예상된다고 하네요.
유성우만 있을까? 2025년에 주목해야 할 밤하늘 이벤트
혹시라도 사분자리 유성우를 놓쳤다면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올해도 별빛을 따라갈 만한 특별한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유성우뿐 아니라 보름달, 일식, 월식 등 다양한 하늘쇼가 예정돼 있어요. 다음은 놓치지 말아야 할 일정들입니다:
✨ 유성우 일정 (출처: 미국 유성학회 & EarthSky)
- 5월 5~6일: 에타 물병자리 유성우
- 7월 29~30일: 남쪽 델타 물병자리 유성우, 알파 염소자리 유성우
- 8월 12~13일: 여름 대표 유성우, 페르세우스자리
- 10월 8~9일: 드라코자리 유성우
- 10월 22~23일: 오리온자리 유성우
- 11월 3~4일, 8~9일: 남·북쪽 황소자리 유성우
- 11월 16~17일: 사자자리 유성우
- 12월 12~13일: 쌍둥이자리 유성우
- 12월 21~22일: 작은곰자리 유성우
🌕 2025년 남은 보름달 목록
- 5월 12일: 꽃달
- 6월 11일: 딸기달
- 7월 10일: 수사슴달
- 8월 9일: 철갑어달
- 9월 7일: 옥수수달
- 10월 6일: 수확달 (슈퍼문)
- 11월 5일: 비버달 (슈퍼문)
- 12월 4일: 추위달 (슈퍼문)
🌒 2025년 월식 & 일식
- 9월 7~8일: 전 세계적으로 볼 수 있는 개기월식
- 달이 붉게 변하는 블러드문 현상도 기대돼요.
- 9월 21일: 부분일식
- 달이 태양을 베어문 듯한 모습으로, 일부 지역에서 관측 가능
밤하늘을 바라볼 시간, 놓치지 마세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바쁘고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지만, 하늘은 언제나 그 자리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요. 사분자리 유성우는 그 시작일 뿐, 올해는 다양한 천문 이벤트가 준비돼 있답니다. 가끔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맑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여유를 가져보세요.
어쩌면 그 순간, 아주 작고 조용한 빛 하나가 당신에게 오래 기억될 이야기를 남겨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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