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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우주 지구

우주탐사를 위한 바퀴의 재발명 이야기

by 난티의 세상 탐방 2025. 5. 25.

 

다시 떠나는 달과 화성 여행, ‘바퀴’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약 50년 만에 달로 돌아가고, 그다음엔 화성으로 향하는 우주탐사. 이 장대한 여정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장비부터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그중 핵심은 바로 바퀴입니다. 프랑스 타이어 제조업체 미쉐린의 CEO 플로랑 메네고는 “우주에서는 절대 펑크가 나면 안 된다”라고 말합니다. 달이나 화성처럼 지구와 멀리 떨어진 환경에서는 단순한 타이어 손상도 치명적인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화성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Curiosity)'는 2012년 착륙한 지 불과 1년 만에 바퀴가 찢기고 구멍 나는 심각한 손상을 겪었습니다. 이는 화성 표면의 거칠고 날카로운 환경이 얼마나 혹독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아르테미스 시대, 더 길어지는 달 탐사 주행 거리

NASA는 2027년 아르테미스(Artemis) 미션을 통해 다시 달에 우주비행사를 보낼 계획이며, 2030년으로 예정된 아르테미스 V부터는 남극 근처를 장기간 주행하는 탐사차량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아폴로 시대의 달 탐사차가 주행한 최대 거리(약 40km)와 비교해, 향후 탐사 로버는 10년 동안 총 10,000km를 주행할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미쉐린에서 무공기 타이어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실뱅 바르테는 “이제는 일주일자리 임무가 아니라 수십 년의 내구성이 요구된다”라고 강조합니다.

극한의 온도, 재료 과학의 진화

달의 극지방은 영하 230도 이하까지 떨어지는 극한의 추위를 기록합니다. 원자들의 움직임조차 멈출 정도의 저온에서는 일반 재료가 탄성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NASA의 재료과학 엔지니어 산토 파둘라는 “타이어가 변형되었다가 제 형태로 돌아오지 못하면 효율적인 구름이 불가능해지고 전력 손실이 커진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아폴로 시대의 로버에 비해 아르테미스 시기의 탐사차는 훨씬 무거운 과학 장비와 이동형 기지를 실어야 합니다. 더욱이 화성은 중력이 달의 두 배 수준이기 때문에 타이어에 가해지는 하중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고무는 안 된다? 차세대 타이어 재료는 ‘금속’과 ‘플라스틱’

아폴로 로버의 타이어는 아연 도금된 피아노줄로 짜여진 메쉬 구조였습니다. 극한의 온도와 우주 방사선은 고무를 부식시키거나 유리처럼 부서지게 만들기 때문에, 우주 타이어에는 고무보다 금속 합금이나 고성능 플라스틱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릅니다.

ESA(유럽우주국)의 피에트로 바글리온에 따르면, 금속이나 탄소섬유 기반의 재료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중 가장 주목받는 재료는 니켈과 티타늄의 합금 ‘니티놀(Nitinol)’입니다. 스마트 타이어 컴퍼니의 CEO 얼 콜은 “니티놀은 금속이지만 고무처럼 유연하게 구부러지고, 원래 형태로 돌아오는 성질이 매우 독특하다”라고 설명합니다. NASA의 파둘라도 니티놀을 “에너지를 흡수하고 방출할 수 있는 혁신적인 재료”로 평가하며, 이 재료가 난방과 냉각 시스템에까지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반면, 미쉐린의 바르테는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재료로 고성능 플라스틱 계열이 더 유리하다고 보고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동물에게서 배운 디자인: 낙타 발에서 영감을 얻은 브리지스톤

브리지스톤은 전혀 다른 접근법을 택했습니다. 바로 ‘생체 모방’입니다. 낙타의 부드럽고 넓은 발바닥이 모래 위에서도 가라앉지 않고 체중을 분산시키는 점에 착안해, 이 회사는 펠트 같은 재질로 트레드를 만들고, 유연한 금속 스포크로 바퀴 구조를 완성했습니다. 이렇게 설계된 바퀴는 달의 부서진 암석과 먼지 위에서도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무게를 넓게 분산시킵니다.

 

우주 탐사 관련 사진

NASA의 선택은? 다양한 기업이 경쟁 중

현재 미쉐린과 브리지스톤은 각각 다른 컨소시엄에 소속되어, 미국 NASA 존 글렌 센터에 바퀴 기술을 시연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벤추리 아스트로랩과 협력해, 5월 중으로 발표할 예정이며 NASA는 올해 말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입니다. 하나의 기술을 선택할 수도 있고, 여러 기술을 혼합해 사용할 수도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미쉐린은 프랑스 중부의 화산 지형에서, 브리지스톤은 일본 돗토리 사구에서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두 곳 모두 달의 표면처럼 미세한 가루 지형이 있어 적합한 실험 장소입니다.

ESA 또한 독자적인 로버 개발을 검토 중이며, 향후 유럽의 우주 탐사 미션에 적용될 가능성도 엿보입니다.

지구에서의 활용 가능성도 주목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기술이 결국 지구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마트 타이어 컴퍼니의 콜은 박사과정 중 NASA의 창업 프로그램에 참여해, 우주 타이어 기술을 상용화하려는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올해 첫 제품으로 니켈-티타늄 자전거 타이어가 출시됩니다. 가격은 개당 약 150달러로 일반 타이어보다 비싸지만, 내구성 면에서는 압도적입니다. 그는 향후 거친 도로 환경을 위한 오토바이용 타이어 개발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의 진짜 꿈은 여전히 우주에 있습니다. “달을 올려다보며, 아이들에게 ‘저기 위에 아빠의 타이어가 있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처럼 작은 타이어 하나에도 수많은 과학자들의 열정과 기술이 담겨 있습니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여정이 계속되는 한, 바퀴의 진화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이 글이 우주 기술의 디테일과 놀라운 상상력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