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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우주 지구

남극 해류의 급격한 약화가 지구에 미칠 영향

by 난티의 세상 탐방 2025. 5. 26.

 

바다를 도는 지구 최대의 해류

남극 대륙을 시계 방향으로 도는 ‘남극환류(Antarctic Circumpolar Current)’는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해류입니다. 이 해류는 미국 동부를 따라 흐르는 걸프 스트림보다 다섯 배 강하고, 아마존강보다 무려 100배 이상 강한 힘을 자랑합니다.

이 남극환류는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을 연결하는 지구 전체의 ‘해양 컨베이어 벨트’의 핵심 축으로 작용하면서,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고 바닷물과 열, 영양염을 전 세계에 퍼뜨리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극 주변의 빙하가 녹으면서 발생하는 차갑고 담수화된 물이 바닷물의 염도를 낮추고 있으며, 이는 이 강력한 해류의 흐름을 느리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현재 속도보다 약 20%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 시점은 다름 아닌 2050년, 불과 25년 남짓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남극을 감싸는 해양의 방패막

남극환류는 얼음 대륙인 남극을 감싸며 하나의 ‘해양 해자’처럼 작용합니다. 이 강한 흐름은 따뜻한 바닷물이 남극 대륙 깊숙이 침투하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하고, 이로 인해 남극 빙붕은 일정 수준의 보호를 받습니다. 또한, 이 해류는 외부 침입종들이 남극에 퍼지는 것을 막는 장벽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방 불켈프(southern bull kelp)’ 같은 외래 해조류와 그 위에 붙어 이동하는 생물들이 남극 생태계를 침범하지 못하도록 이 흐름이 걸러주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해류임에도 불구하고, 걸프 스트림이나 일본 해류(구로시오), 남아프리카 인근의 아굴라스 해류에 비해 남극환류에 대한 과학적 이해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지리적으로 너무 멀고 혹독한 환경이라, 측정 자체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후 변화가 불러온 위기

해류는 바닷물의 온도, 염도, 바람의 방향, 해빙(바다얼음) 분포 등 여러 요소의 영향을 받습니다. 기후 변화가 이들 요소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남극환류 역시 다각도로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론적으로,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 바닷물의 밀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해류의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관측 결과는 전혀 다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해류의 속도는 거의 변하지 않았고, 그 안정성은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습니다.

연구진은 이 ‘이상한 안정성’이 남극 빙하가 녹으면서 흘러나오는 차갑고 신선한 물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과학계에서는 이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큰 의미를 가집니다.


슈퍼컴퓨터로 예측한 2050년의 바다

호주 국립기후시뮬레이터와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연구진은 해양 모델인 ‘Access-OM2-01’을 이용해 남극환류의 미래를 시뮬레이션했습니다. 이 모델은 기존의 모델들이 간과했던 ‘에디(소용돌이)’ 현상까지 정밀하게 포착할 수 있어, 예측의 정밀도가 매우 높습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남극에서 흘러나온 차갑고 담수화된 물은 점점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해저 깊은 곳을 채우고, 바다의 밀도 구조를 크게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결과, 해수 온도의 상승효과가 상쇄되며, 전체적으로는 해류의 흐름이 오히려 약 20% 감소하게 됩니다. 예상 시점은 2050년입니다.

 

남극 해류 관련 사진


해류가 약해지면 생기는 일

남극환류의 약화는 단순히 해류 속도 문제가 아닙니다. 이 흐름은 남극 주변의 영양염이 풍부한 바닷물을 순환시키며, 남극 생태계의 근간을 이루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해류가 약해지면,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생물 다양성 감소: 남극 주변의 어류나 플랑크톤 생태계가 위축되면서, 이를 먹고사는 다양한 해양 생물이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 어업 생산성 저하: 남극 주변 해역에서 어획 활동을 하는 여러 국가 및 지역 사회가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외래종 침입: 기존에는 해류에 막혀 들어오지 못했던 해조류나 동물들이 남극 생태계를 침범할 수 있으며, 이는 식생과 먹이사슬에 큰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 해수면 상승 가속화: 따뜻한 바닷물이 더 쉽게 남극 대륙으로 침투하게 되면, 빙붕이 빠르게 녹아 해수면 상승이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다시 해류를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불러옵니다.
  • 지구 기후 조절 기능 상실: 남극 해류는 지구의 과도한 열과 이산화탄소를 바다에 흡수시켜주는 역할도 합니다. 해류가 약해지면 이 기능이 저하되며, 전 지구적 기후 변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남극환류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회를 알리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아직 전 세계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한다면, 남극의 빙하 녹는 속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남극 주변의 남빙양(Southern Ocean)에 대한 장기적인 관측 프로젝트를 통해 변화 양상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금이야말로 국제적인 협력과 행동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구의 해류는 단지 바닷물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식량, 기후,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생명줄과 같습니다. 이를 지키는 일은 곧 인류의 미래를 지키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