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장을 품은 별’ 마그네타에서 오는 신호
우주에서 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이 질문은 오랫동안 천문학자들의 궁금증이자 과학계의 미스터리였습니다. 수소와 헬륨처럼 가벼운 원소는 우주 초창기, 빅뱅 이후 생겨났다고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철과 같은 무거운 원소들은 별의 폭발을 통해 만들어지고, 이후 새로운 별이나 행성의 구성 성분으로 자리 잡게 되지요. 그런데 철보다 무거운 금은 어디서 왔을까요?
최근 과학자들은 이 질문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바로 ‘마그네타(magnetar)’라 불리는, 강력한 자기장을 가진 중성자별입니다.
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중성자별 충돌, 그리고 킬로노바
2017년, 과학자들은 두 개의 중성자별이 충돌하는 장면을 포착했습니다. 이 엄청난 충돌은 시공간의 물결, 즉 중력파와 함께 감마선 폭발을 일으켰고, ‘킬로노바(kilonova)’라는 이름의 현상으로 기록됐습니다. 이때 금, 백금, 납 같은 무거운 원소들이 대량으로 생성되었습니다. 이 킬로노바는 ‘우주 속 금 공장’이라 불릴 정도였죠.
과거에는 이러한 충돌이 금 생성의 유일한 경로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충돌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우주 전역에 퍼져 있는 금의 양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문이 지속돼 왔습니다.
새롭게 주목받는 마그네타
오래된 데이터에서 포착된 신호
이번 연구를 이끈 콜럼비아 대학교 박사과정생 아니루드 파텔과 공동 연구진은, 약 20년 전 NASA와 유럽우주국이 촬영한 데이터를 다시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강력한 자기장을 지닌 마그네타에서 발생한 플레어(flares: 폭발성 방출)와 연관된 감마선 신호를 발견했습니다.
이 마그네타는 초기 우주, 약 136억 년 전쯤 처음 나타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통 별이 폭발하면 남는 것이 중성자별인데, 이 중에서도 자기장이 특히 강한 것이 바로 마그네타입니다.
별의 지진, 스타퀘이크
지각이 갈라지며 터져 나오는 에너지
마그네타는 지구보다 훨씬 밀도가 높은 별입니다. 한 티스푼의 물질만으로도 지구에서 10억 톤에 달한다고 하죠. 이 별도 지각과 내부 핵 구조를 가지고 있어, 지구의 지진과 유사한 '스타퀘이크(starquake)'가 발생합니다.
지각 아래에서 쌓인 압력이 임계점을 넘으면 지각이 갈라지고, 이로 인해 엄청난 양의 X선과 감마선이 방출됩니다. 때로는 수백에서 수천 개의 플레어가 몇 주 사이에 연달아 발생하기도 하며, 특히 강력한 플레어는 금과 같은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한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마그네타의 활동이 우주 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다는 사실입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우리 은하뿐 아니라, 다른 은하들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무거운 원소들이 생성되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금 생성의 새로운 후보, 마그네타 플레어
가능성을 보여준 물리적 모델
연구진은 마그네타 플레어가 별의 지각 일부를 고온으로 가열하여 외부로 방출하는 과정을 통해 무거운 원소가 형성될 수 있다는 물리적 모델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이 모델은 2004년 기록된 마그네타 플레어의 감마선 신호와 놀랍도록 일치했습니다.
이 모델의 핵심은, 마그네타 플레어가 생성하는 극한 환경이 중성자별 충돌과 유사한 무거운 원소 형성 조건을 갖춘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과학은 늘 조심스럽게
로마대학교의 엘레오노라 트로자 교수는 이 연구에 대해 “2017년 중성자별 충돌에서 얻은 증거에 비해 확실성은 낮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마그네타는 복잡하고 예측 불가한 천체로, 때로는 금이 아닌 은이나 지르코늄 같은 더 가벼운 금속만 생성될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새로운 금의 기원이 발견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무거운 원소 형성의 또 다른 가능성으로 주목할 만하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
NASA의 차세대 미션 ‘COSI’
마그네타 플레어가 금 형성에 기여한 비율은 은하계 전체 기준 약 10%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이를 더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관측이 필요하죠.
NASA는 2027년 ‘COSI(Compton Spectrometer and Imager)’라는 감마선 망원경을 발사할 예정입니다. 이 망원경은 우주 전역의 마그네타 플레어를 추적하고, 그 안에서 생성되는 원소를 분석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 금의 기원을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러한 미래 관측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정확하게 우주 속 금의 기원을 추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이 연구는 우주의 진화와 원소 분포에 대한 이해를 한층 넓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글을 마치며: 내 핸드폰 속 금은 어디서 왔을까?
이 연구를 진행한 과학자 파텔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핸드폰이나 노트북 속 금 일부가, 수십억 년 전 우주에서 일어난 폭발 속에서 태어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정말 멋지지 않나요?”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먼 우주의 일들이, 지금 우리의 일상 속 기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늘 놀라움을 느끼게 됩니다. 아직 풀리지 않은 우주의 퍼즐, 그리고 그 조각 하나하나를 밝혀가는 과학자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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