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스페이스 X(SpaceX)의 ‘스타십(Starship)’ 시험 발사에 다시 한번 청신호를 보냈습니다. 두 차례의 폭발 사고 이후에도 가장 강력한 로켓으로 평가받는 스타십의 여정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FAA는 이번 9번째 시험 비행(Flight 9)에 대해 “모든 안전 및 환경 요건을 충족했다”며 정식 발사 허가를 부여했습니다. 이로써 스페이스 X는 한 해 최대 25회까지 텍사스 보카치카(Boca Chica) 기지에서 스타십을 발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차례의 폭발에도 허가된 발사
스타십은 올해 초 두 번의 시험 비행 중 폭발 사고를 겪었고, 그 잔해가 카리브해 및 대서양 인근 섬들에 낙하하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특히 1월 Flight 7 사고로 인해 터크스 케이커스 제도에 파편이 떨어졌고, 실제 차량 한 대가 손상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3월에 있었던 Flight 8에서도 바하마 인근에서 파편이 발견되었습니다.
하지만 FAA는 “기술적 분석 결과와 비행 안전 대책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끝에, 스페이스 X가 기준을 충족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스페이스 X가 진행한 비행안전 분석 보고서와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이 효과적으로 설계되었음을 뜻합니다.
비행 금지 구역 확대: 안전 최우선
FAA는 Flight 9의 발사를 위해 항공기 접근 금지 구역(비행 금지 구역)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기존 885해리(1,018마일)였던 구역이 1,600해리(1,841마일)로 늘어났으며, 이는 175편 이상의 항공편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FAA는 이로 인해 발생할 지연 시간은 평균 40분가량이며, 항공사 입장에서는 시간당 약 6,000달러 이상의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FAA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혼잡 시간대를 피해 발사 시간을 설정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스페이스 X는 아직 정확한 발사 일시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재사용 로켓 첫 도전: Super Heavy 회수 계획
이번 Flight 9에서는 ‘슈퍼 헤비(Super Heavy)’ 부스터의 재사용 실험이 처음으로 시도됩니다. 슈퍼 헤비는 스타십 발사 시스템 중 가장 거대한 부품으로, 높이 71미터, 총 33개의 엔진이 장착된 강철 실린더 형태입니다. 이 부스터는 발사 시 초기 추력을 담당하며, 비용 절감을 위해 회수 및 재활용이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스페이스 X는 앞서 세 번의 슈퍼 헤비 부스터 회수에 성공했으며, 이를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재사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국제 협력과 파편 대응 시스템
폭발 사고 이후 스페이스 X는 비행 중 파편 낙하 예상 구역을 지도화하고, 각국과 협조 체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FAA는 현재 영국, 터크스 케이커스 제도, 바하마, 멕시코, 쿠바 등과 긴밀히 협력 중이며, 모든 발사에서 “대중에게 피해를 줄 확률이 백만분의 1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 협력은 우주 산업의 공공안전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스페이스 X의 신뢰성을 높이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스타십의 전략적 가치: NASA와의 파트너십
스타십은 단순한 민간 로켓을 넘어, 미국 우주 정책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NASA는 스타십을 활용해 달에 우주인을 착륙시키는 임무를 최대 두 차례 맡길 예정이며, 이에 따라 스페이스 X에 최대 4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백악관이 제안한 예산안에서는 NASA의 기존 ‘SLS(Space Launch System)’를 퇴출시키고, 스타십을 대체 로켓으로 채택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SLS는 발사 한 번에 20~40억 달러가 소요된다는 점에서 높은 비용이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향후 SLS가 폐지될 경우, 스타십은 NASA의 유일한 유인 심우주 탐사 수단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빠른 실험, 빠른 개선: SpaceX만의 접근법
스페이스 X는 ‘빠른 반복 개발(Rapid Iterative Development)’이라는 독특한 개발 철학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전통적인 로켓 개발의 안정 위주 접근과 달리, 실제 발사를 통해 빠르게 문제를 식별하고 개선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폭발 사고도 잦지만, 스페이스 X는 이를 단순한 실패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며, 실험 데이터를 축적해 더 나은 설계로 나아간다는 입장입니다.
이처럼 반복적이고 대담한 접근은 초기에는 논란을 일으키지만, 장기적으로는 혁신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 장거리 우주 비행 준비
현재까지 스타십의 비행은 대부분 지구 저궤도 수준의 아형궤도 비행(suborbital)에 그쳤으며, 사람을 태운 유인 비행을 위해서는 생명유지 시스템 및 궤도상 연료 보급 기술 확보가 필수입니다.
특히, 화성 탐사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스페이스 X로서는 궤도 연료 이송 기술과 긴급 상황 대응 시스템 등 추가적인 기술 개발이 요구됩니다.
마무리하며: 또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스타십은 여전히 완성된 우주선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실험 정신과 반복적 도전은 우주 산업 전반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습니다. 실패를 감수하고 실험을 거듭하며,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개선하는 모습은 기술적 신뢰뿐 아니라, 기업의 철학까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Flight 9의 성공 여부를 떠나, 이번 발사는 우주로 향하는 인류의 여정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발자국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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