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어떤 냄새가 날까?
우주는 어떤 냄새가 날까? 우주에 냄새가 있을까? 눈에 보이지 않고 소리도 없는 그 광활한 공간에서 냄새라는 감각이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우리가 우주에서 직접 맡을 수 없는 향기들을 분석하며, 각 행성과 별, 성운이 어떤 화학 물질들로 이루어져 있는지 밝혀내고 있다.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학교의 우주 과학자이자 향수 디자이너인 마리나 빠르세닐라는 이렇게 말한다. "목성은 마치 악취 폭탄 같아요."
우주가 풍기는 다양한 향기들
- 목성의 냄새: 고양이 오줌과 마지팬? 목성은 여러 층의 구름으로 덮여 있으며, 각 층마다 화학 성분이 다르다. 최상층은 암모니아 얼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고양이 오줌 냄새와 유사하다. 더 아래로 내려가면 암모늄 황화물이 등장하는데, 암모니아와 황이 결합된 이 조합은 썩은 달걀 냄새와 비슷하다. 심지어는 가솔린 냄새를 유발하는 톨린이라는 유기 분자도 있어, 석유 같은 냄새와 마늘 향도 느껴질 수 있다.
- 우주의 향기를 디자인하다 바르세닐라는 우주 생명체 탐색이라는 학문적 연구 외에도, 런던 자연사박물관 전시회를 위해 우주의 냄새를 재현하는 향수를 제작했다. 그녀는 "저 분자, 내 실험실에도 있잖아. 직접 만들어보자"라는 발상에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러한 작업은 과학의 대중화에도 기여하며, 사람들에게 우주를 더 가깝게 느끼도록 돕는다. 실제로 전시회를 찾은 방문객들은 이 향기를 통해 우주의 신비로움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 냄새는 어떻게 작동할까? 냄새는 가장 오래된 감각 중 하나다. 약 35억 년 전, 단세포 생물이 특정 화학물질을 감지하고 반응함으로써 생존을 이어왔다. 인간의 후각도 환경 속 화학 물질을 감지하는 고도화된 기능이다. 우리의 코에는 수백만 개의 뉴런이 분포하고 있으며, 이들이 화학물질과 결합하면 뇌로 신호를 보내 특정 향기로 인식한다. 후각은 단순한 생존 본능을 넘어서 감정, 기억, 사회적 유대감 형성에도 깊이 관여한다.
- 우주 정거장의 냄새 1991년 미르 우주정거장에서 8일을 보낸 영국 최초의 우주인 헬렌 샤먼은 우주의 냄새에 대해 이렇게 증언한다. 우주 정거장 내에서는 미세중력 때문에 뜨거운 음식에서도 향기가 퍼지지 않는다. 하지만 우주 유영 후 복귀 시, 헬멧과 장비에 묻은 외부 공기에서 용접 현장 같은 금속 냄새가 느껴졌다고 한다. 이는 산소 원자가 우주복에 붙었다가 정거장 내부에서 오존으로 변하면서 나는 냄새일 수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은 별의 죽음에서 생성된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s)가 원인일 수 있다. 이 물질들은 타는 플라스틱이나 석탄, 아스팔트 냄새와 비슷하다.
- 별에서 나는 향기: 파이프 연기부터 라즈베리까지 우주는 다채로운 냄새의 향연이다. 토성의 위성 타이탄은 아몬드, 가솔린, 썩은 생선 향이 난다고 한다. 또 다른 외계 행성 HD 189733b는 썩은 달걀 냄새를 풍긴다. 우리 은하 중심 근처의 성간 먼지 구름에서는 에탄올, 메탄올, 아세톤, 황화수소 같은 유기 화합물이 존재하며, 이들은 생명체 존재의 단서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에틸 포르메이트라는 분자는 은하 중심에서 라즈베리 향을 유발한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매니큐어 제거제나 럼에 가까운 알코올 향에 가깝다. 이처럼 한 분자의 향기는 우리가 연상하는 것과 전혀 다른 경우가 많으며, 과학적 분석이 필수적이다.
- 우주에서 생명의 냄새를 감지하다: K2-18b의 사례 2023년, NASA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외계 행성 K2-18b의 대기에서 해초 냄새를 유발하는 화합물인 디메틸설파이드(DMS)를 감지했다. 이 행성은 해양이 존재할 수 있는 '하이시 언(hycean)' 행성으로 추정된다. 해당 화합물은 지구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같은 생명체에서만 생성되기 때문에, 생명체 존재의 강력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심지어 그 농도는 지구보다 1만 배나 높았다. 만약 이 물질이 생물학적 활동에서 기원한 것이라면, 우리는 최초의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셈이다.
- 지구의 냄새, 그리움의 정수 그러나 우주에서 어떤 냄새를 맡더라도, 결국 사람들에게 가장 감동적인 향기는 지구의 냄새다. 헬렌 샤먼은 귀환 당시, 카자흐스탄의 쑥밭 위에 착륙하며 쑥에서 퍼지는 신선한 풀 냄새를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우주에서 수개월을 보내고 돌아왔을 때 느끼는 흙과 식물의 냄새는, 우리 행성이 지닌 독보적인 아름다움이자 향기의 정수였다. 이러한 냄새는 단순한 자연의 향기를 넘어, 인간 존재의 뿌리와 연결된 정서적 체험으로 작용한다.
결국 우리가 가장 그리워하는 향기
향기로 보는 우주의 이야기 우주의 향기를 분석하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화학적 조성과 생명체 가능성까지 탐색할 수 있는 중요한 과학적 도구다. 냄새는 기억과 감정을 자극하며, 때로는 미지의 세계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신비로운 향기 속에서도 결국 우리는 지구의 냄새를 가장 그리워하게 된다. 우주는 놀라울 정도로 향기로운 곳일지 몰라도,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냄새는 늘 우리 곁에 있다. 앞으로의 탐사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우리는 단지 냄새뿐 아니라, 그 향기 속에 담긴 외계 생명체의 존재까지도 더 명확하게 파악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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