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터지는 정체불명의 폭발, The Cow

정체불명의 ‘소(cow)’ 폭발에서 시작된 우주의 수수께끼

2018년, 지구에서 약 2억 광년 떨어진 우주의 한 은하에서 이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상한 폭발이 관측됐습니다. 통상적인 별의 폭발, 즉 초신성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고, 그 밝기와 속도는 기존의 이론으로는 설명이 어려웠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AT2018 cow’로 명명했지만, 이후 ‘소(The Cow)’라는 별명으로 더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 현상을 시작으로, 전 세계 천문학자들은 유사한 폭발을 계속해서 발견해오고 있습니다.

이 폭발들은 ‘고광도 고속 청색 광학 천이 현상(Luminous Fast Blue Optical Transients, LFBot)’이라는 새로운 범주로 분류되며, 지금까지 약 12건이 보고되었습니다. 과연 이 정체불명의 우주 폭발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이는 지금까지 관측되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의 블랙홀의 증거일까요?

 

 

---

‘소’ 이후 이어진 신비로운 폭발들

1. LFBot의 특징 – 강렬한 청색, 빠른 변화

LFBot은 매우 강한 밝기와 고온에서 비롯된 청색을 띠며, 일반적인 초신성과는 달리 며칠 만에 빠르게 밝아졌다가 사라집니다. 일반 초신성이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빛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온도는 약 섭씨 4만 도(화씨 7만 2천 도)에 이르며, 이로 인해 광학 스펙트럼상 청색 영역으로 빛이 이동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LFBot은 전통적인 초신성으로 보기 어렵고, 새로운 물리적 현상에 기반한 별개의 우주적 사건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2. 기존 이론: 실패한 초신성

초기에는 이 폭발이 ‘실패한 초신성(failed supernova)’일 수 있다는 가설이 유력했습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폭발하려던 별이 중심핵붕괴로 인해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을 형성하며 내부로부터 붕괴해 버리는 현상입니다. 이때 생성된 중심 엔진이 별껍질을 뚫고 제트를 방출함으로써 잠깐 빛을 낸다는 설명이었죠.

하지만 이 이론으로는 모든 관측 결과를 설명할 수 없다는 의문이 점차 커졌고, 대안 이론이 부상하게 됩니다.

3. 새로운 가능성: 중간질량 블랙홀의 존재

점점 더 많은 과학자들은 ‘중간질량 블랙홀(intermediate mass black hole)’이 별을 집어삼키는 과정에서 이러한 폭발이 발생한다는 이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블랙홀은 질량이 태양의 100배에서 최대 10만 배 정도로, 소형 블랙홀과 초대질량 블랙홀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로 여겨집니다.

이러한 중간질량 블랙홀은 기존 관측 장비로는 쉽게 포착되지 않기 때문에, LFBot은 이들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드문 기회로 여겨집니다. 특히 ‘소’ 사건과 같은 폭발이 별이 블랙홀에 의해 찢기고 흡수되는 과정의 빛이라면, 이는 블랙홀의 질량 분포 및 성장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습니다.

2023년 11월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LFBot의 일종인 AT2018 cow에서 방출된 X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변에 원반 형태의 물질이 관측되었고, 이 원반은 별이 블랙홀에 의해 먹히는 과정에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원반이 점차적으로 블랙홀에 흡수되며 간헐적으로 강한 빛을 내뿜는 것이 바로 ‘소’와 같은 폭발이라는 것이죠.

4. 동물 이름을 가진 신비한 폭발들

‘소(The Cow)’ 이후로 관측된 다른 LFBot들도 독특한 코드명을 바탕으로 귀여운 별명을 얻었습니다. 예를 들어:

• 코알라(Koala): ZTF18 abvkwla (2018년 발견)
• 낙타(Camel): ZTF20 acigmel (2020년 발견)
• 태즈메이니아 데블: AT2022 tsd (2022년 발견)
• 핀치 또는 새끼사슴(Finch/Fawn): AT2023 fhn (2023년 발견)

이러한 폭발은 하늘을 자동 감시하는 로봇 망원경이나, 여러 천문학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Astronomer's Telegram’ 같은 플랫폼을 통해 신속히 전파되며 전 세계 망원경이 이를 집중 관찰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5. 최신 사례: ‘말벌(Wasp)’로 불리는 AT2024 wpp

2024년 11월, 천문학자 안나 호(Anna Ho)와 대니얼 퍼리(Daniel Perley)는 또 하나의 LFBot인 AT2024 wpp를 발견했습니다. 이 폭발은 ‘소’ 이후 가장 밝고 선명하게 관측된 사례였으며, 허블 우주망원경을 포함한 다양한 장비들이 즉각 관측에 나섰습니다.

이 현상은 실패한 초신성보다는 중간질량 블랙홀이 별을 먹어 치우는 모습에 더 가까운 특징을 보였고, 지금도 데이터 분석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말벌' 폭발은 관측 초기 단계에서 포착되어, 천문학자들이 이 현상의 초기 빛의 특성을 매우 상세하게 분석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이러한 초기 데이터는 이 폭발이 기존 초신성이나 감마선 폭발과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하는 데 있어 매우 귀중합니다. 또한 다양한 파장의 전자기파를 통해 얻은 데이터들은 해당 천체 주변 환경의 성분과 구조, 에너지 방출 메커니즘에 대한 통찰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

블랙홀 연구의 판을 바꾸는 단서

정체불명의 LFBot, 특히 AT2018 cow와 그 후속 사례들은 우리가 우주에 대해 아직도 얼마나 모르는지를 상기시켜 줍니다. 동시에, 중간질량 블랙홀의 존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실질적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폭발들은 단순한 ‘신기한 우주 현상’을 넘어선 과학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향후 블랙홀의 진화, 우주의 물질 분포, 나아가 암흑물질과 같은 더 큰 수수께끼에 대한 이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불어 관측 기술의 발전이 과거에는 포착하지 못했던 극미세 한 우주적 변화를 감지해내고 있으며, 이는 천문학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발판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천문학자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다음 ‘소’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연 다음에는 어떤 동물이 우주에서 태어날까요?